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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정취는 다음번에
Exoticism for Another Time
2022.03.08. - 2022.03.27
Artist. re-tracing buro(Somi Sim & Julien Coignet)
Re-tracing Buro / Statement
미학관에서의 전시 <이국정취는 다음번에>는 지난 2년간 파리에서 코로나19 이후 도시공간의 작동 방식을 관찰한 우리의 팬데믹 리서치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우리의 도시 리서치는 공공영역에서 강화된 일방통행의 지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1km 반경에서 뻗어 나가기 시작하여,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일어나지 않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후미진 거리 곳곳과 주변부를 매일 같이 배회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전시에 앞서 출간한 『주변으로의 표류: 포스트 팬데믹 도시의 공공성 전환』은 지난 2년 간 도시공간의 언저리에서 채집한 시각 이미지와 에세이를 엮은 책으로, 팬데믹의 도시공간에 남겨진 불협화음, 마찰 및 저항의 흔적을 다룬다. 전시명은 도시공간의 이국성에 가려진 디지털 식민주의와 집단적 유토피아, 그 결과물로서 전 지구적 테라포밍의 실체를 뒤쫓는 글로써 줄리앙 코와네가 쓴 <이국정취는 다음번에>와 동명의 제목을 갖는다.
거듭한 봉쇄령 속에서 도시의 활기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침체되어 나갔다. 거리를 왁자지껄하게 만든 카페와 식당, 상업시설, 문화공간이 문을 닫자 도시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던 전광판도 멈추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강령은 거리를 마치 무덤과 같이 침체된 분위기로 만들어 나갔고, 코로나19 이전의 북적북적한 도시적 삶을 그리워한 많은 사람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그런데, 새로운 이벤트라고는 아무 것도 없이 낡은 포스터 만이 바람에 휘날리는 이 황량한 거리가 정말로 단조로운 채로 남아있던 것은 아니었다. 방치된 도시공간의 후미진 곳에서는 동시대상을 반영한 게릴라 그래피티가 쓰여지고 지워지기를 멈추지 않았고, 거리 한가운데 서 있던 광고 전광판에도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나갔다. 광고주조차도 외면한 이 텅 빈 광고판은 시각적으로는 비어져 있었기에, 행인에게는 무색무취의 형태로 보였을 것이다. 계약자가 아니기에 애초에 메시지를 전할 권리가 없었던 시민들의 목소리는 물리적인 힘을 동원하여 광고판에 변형을 일으키는 식으로 벌어졌다. 그렇게 고장이 나거나 부서진 상태로 도시 한복판에 남겨진 광고 게시판은 현시대의 불안을 공표하는 하나의 설치물이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든 상업적인 메시지가 제거된 키네틱 광고판이 부서진 채로, 광고주와의 결속 관계가 파열된 채, 텅 빈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눈이 따갑도록 밝은 네온 조명을 외부로 발산한다. (추신. 이러한 키네틱 구조의 광고판은 한국 사회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이다. 기술솔루션사회의 슬로건처럼 더 매끄럽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대부분이 디지털 전광판으로 전환되었다.)
벽면에 설치된 광고판을 앞에 두고 전시장 한가운데서 뱅글뱅글 회전하는 금박 봉투의 정체 또한 팬데믹의 거리에서 빌려온 형태로, 훼손된 광고판이 지시할 어느 미래의 시간대를 담고 있다. 금박의 화려하게 반짝이는, 심지어 장식적인 효과까지 내는 이 포장지 안에는 팬데믹 동안 도시의 곳곳으로 퍼져 나간 한 식물의 형태가 담겨 있다. 식물의 정체는 바로 야자수이다. 코로나19로 도시가 수개월간 봉쇄되고,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게 되자 공간을 장식하던 야자수 또한 광고판처럼 꽤 오랜 시간 방치되었다. 시들고 죽은 야자수는 봉쇄령 해체 후 신속하게 폐기되었으나 금세 새로운 상품으로 둔갑하여 일상생활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동시대 사회에서 야자수는 식물 외에도 일상 속 불가능한 경험을 채우는 파생 상품(맥도널드 및 음료 광고, 글로벌 의류 기업의 티셔츠와 디자인 굿즈 등)으로, 현실도피의 대리 만족적 이미지로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이 야자수를 포장한 금박 봉지는 실은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거리에 버리는데 사용하는 포장지이다. 매 겨울마다 크리스마스를 화려하게 장식하던 나무는 크리스마스 바로 다음 날인 26일부터 거리에 버려지기 시작하여 봄이 오기 전까지 매일 같이 거리로 내팽개쳐 졌다. 그것도 화려한 금박 포장지에 꽁꽁 쌓여져 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된 채로. 이국적인 분위기의 아이콘으로서 도시 속 야자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실내를 장식해온 크리스마스 나무와 유사한 식으로 소비되고 쉽사리 버려진다. 두 식물의 출현은 서로 다른 배경을 바탕으로 하지만, 인간의 도구로서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느는 데 사용되어 온 상품유통의 과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야자수는 버려진 크리스마스 트리의 자리를 대신에 금박 봉지에 쌓인 채로, 전시장 한가운데를 마치 발레리나 오르골 마냥 우아하게 회전하며 돈다.
/ 리트레이싱 뷰로 (심소미, 줄리앙 코와네)
INTERVIEW
(re-tracing buro x mihakgwan)
준비중
Photo. Cheolki 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