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포스트 전송센터

Popo-Post Migration Centre 

2023.05.05. - 2023.05.28.


Artist. Popo-Post Art Group

프로듀서. 오민수
미디어 장비. 올미디어
그래픽 디자인. 박유빈
광동어 번역. 요란
영어 번역. 이경탁


주최. 미학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홍콩예술발전국

시멘트의 원리


“우리는 초심을 잃었습니다.”

이 전시는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하는 한 아티스트 콜렉티브의 전시다.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은 “작업실을 임대할만한 특권이 없어 모바일 메신저를 공용공간으로 사용한다”고 자신들을 소개해왔다. 졸업 직후 혼자서 작업실을 마련하거나 전시경력을 쌓을 만한 여력이 없었던 멤버들은 2018년부터 왓츠앱을 일종의 본부로 삼아 함께 창작활동을 하는 콜렉티브를 결성하였다. 하지만 작품을 보관하거나 같이 식사할 장소가 없었던 이들은 2022년 홍콩의 군통구에 작업실을 마련한다. 거점을 메신저 앱에서 물리적인 작업실로 옮긴 것,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초심의 변화다.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한 국제적인 금융도시가 자신들과 맺는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그 관계로부터 파생되는 감각에 대하여 작업을 전개해왔다. 다섯 명의 멤버들은 전세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Hello Hong Kong” 캠페인을 펼치는 오늘날 홍콩에서 경험한 각자의 감각을 다루며,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콜렉티브의 고백을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람카만(林嘉文)은 드로잉 한 점과 전시도면 키트로 구성된 작품 〈도달할 수 없는 곳〉을 제작했다. 카만은 작은 두루말이 위에 기차처럼 길게 이어진 사람들의 행렬을 기차 그 자체처럼 묘사한 뒤 전시장 벽면에 걸어두었다. 그리고 투명 필름으로 인화한 이번 전시의 도면을 조각낸 뒤 비닐 봉투 안에 넣어 일종의 키트로 만든 뒤 드로잉 위에 걸어두었다. 연이은 인간과 연이은 차량이 기이한 전설 속 동물처럼 묘사되고, 각 작품의 정확한 위치를 표기해야 할 전시도면이 조각나 만화경처럼 보이는 작가의 작업은, 이동과 장소가 어떠한 정보값도 보증하지 못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루이스 웡(黃俊傑)은 4채널 비디오와 커튼 등으로 구성된 영상설치작업 〈패러독스〉를 선보인다. 루이스는 명나라 학자들이 하루에 행한 선업과 악업을 기록하는 기록일지의 한 종류, ‘공과격(功 過格)’을 작업의 레퍼런스로 삼아 작가가 바라본 양국의 도덕률, 특히 국가와 민족의 경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배타성을 살핀다. 4채널의 영상 안에서 작가는 홍콩정부의 관광홍보 문구인 “Hello Hong Kong”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국인과 중국인을 환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상 ‘선업’처럼 보이는 작가의 제스처 뒤로, 루이스는 에코백 위에 야광으로 프린팅한 문구를 숨겨두어 은연 중에 한국인에게 당신들이 공항에서 환대받은 것처럼 외국인을 환대할 수 있는지 묻고, 웃는 모습 뒤로 고개를 푹 숙인 뒤 안색을 냉랭하게 바꾸어 홍콩 관광업에 가장 큰 손인 중국인에 대한 모순된 홍콩인의 태도를 모순적으로 드러낸다.




  마윅(馬域)은 파스텔과 흑연으로 제작한 드로잉 시리즈 〈Flying zi2 [비행기]〉를 전시장 이곳저곳에 설치한다. 소통을 은유의 해독이라고 바라보는 윅에게 있어서, 시와 회화는 모두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불완전한 상태를 개척하는 시도이자,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상태를 인정하는 시도이다. 추상적인 색면이나 씨앗 날개 드로잉들은 어떤 장소에 도달했을 때 느껴지는 기시감이나 묘연한 감정들의 은유이며, 작가는 공간에 대한 혼융된 감정을 마치 지문처럼 전시장 벽면과 바닥 여기저기 묻혀 관객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아론 람(林國鑫)은 탁상용 깃발꽃이로 제작한 설치 작업 〈위 아 더 월드〉를 선보인다. 탁상용 깃발꽃이는 주로 국제 정상들의 회담장에서 각국의 국기를 걸어두는 용도의 소품이다. 작가는 원래 평평했던 깃발꽃이의 바닥면을 반구형 바닥면으로 교체하고 둥글게 배치한다. 깃발꽃이들은 건들면 원형의 포메이션은 금새 흐트러지고 마는데, 이는 마치 점차 가변적이고 불안정해지는 국경과 국제관계에 대한 미래상의 은유다.

  청윙샨(鍾詠珊)은 LED 라이트 설치 작업 〈미지의 땅을 향해 I〉과 단채널 비디오 〈미지의 땅을 향해 II〉를 전시한다. 〈미지의 땅을 향해 I〉은 전시장의 두 창문에 설치된 두 장의 녹색 LED 조명으로, 마치 공공기관의 공보 슬로건을 닮은 문장, "상상은 과감하게! 미래를 창출하자!"가 각각 광동어와 한국어로 적혀 있다. 〈미지의 땅을 향해 II〉는 자동차와 기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의 풍경 위로 더 빠르게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도로가 더 빠른 도시를 만들고, 다른 도시보다 더 빠른 도시가 우리들로 하여금 더 빠른 미래를 선사하며, 이 속도가 우리로 하여금 미래를 지배할 수 있게 한다는 나레이션이 흐른다. 작가는 도시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비근한 조명기구, 도로 풍경과 겹쳐진 미래에 대한 넘치는 기대감, 속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전시장 안팎으로 키치하게 발산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외국인들, 지정학과 관광 활성화, 더 빠르게를 외치는 공공기관의 슬로건과 어디에 머물러도 가시지 않는 기시감 등으로 가득한 전시장은 이 콜렉티브의 초심이 이 감각의 원인이며 변심이 이 감각의 결과라고 말한다. 작업실을 마련하기 어려운 도시이자 작업실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이 환경오염과 빈곤문제가 대두되는 산업단지인 도시, 그래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어느 쪽을 상상해도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콜렉티브에게 선택지가 있었을까?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의 초심이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도시 안에서 내세워진 것이었다면, 이들의 변심 역시 몇 안 되는 선택지를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


이 콜렉티브는 마치 시멘트를 개어내듯, 자신들의 경험을 개어서 도시에 대한 상상력의 틈 사이를 유머러스하게 매운다. 왓츠앱에서 군통의 작업실은 이들이 발견한 도시의 틈새다.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또 다른 표현이 “고품질의 문화 시멘트(100% 文化水泥)”인 것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시멘트엔 형태가 없다. 틈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굳고 나서야 형태가 생긴다. 그것이 시멘트의 원리다. 마찬가지로 어떤 초심은 변하기도 한다. 그 변화가 마치 초심의 원리인듯이.


글. 이문석


포포-포스트 아트그룹 소개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은 2018년 결성되어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콜렉티브이다. 멤버의 구성이나 운영방식이 비교적 자유로운 이 콜렉티브는 초기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을 자신들의 본부로 삼고 있다고 소개하였으나, 현재는 군통구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이라는 고밀도의 도시 안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공간감과 관계성 등을 주제로 하는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은 가변적인 설치작업이나, 놀이와 게임, 일시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관객들을 작품의 또 다른 플레이어로 만든다. 이들은 부동산 전단지로 구성된 설치작업과 숙면에 대한 소책자를 제작하여 과열된 홍콩의 부동산 현상을 다룬 《Real Estate Zine - Bedtime Story》(2019, JCCAC, 홍콩), 2020년까지만 지원되었던 어도비 플래시를 이용하여 많은 것들이 차단되었던 판데믹 시기, 관객들의 소통창구로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 인터넷 상에서 제공한 《Post contemporary Game Zone》(2020, 온라인), 오래된 쇼핑센터 안에 위치한 갤러리를 서비스센터로 꾸며 손님이 된 관람객에게 옷을 꿰매주거나, 네일아트, 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Mist Service》(2022, Mist Gallery, 홍콩) 등 다수의 전시와 이벤트, 출판물을 생산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M+ 시각문화박물관에서 근무하며 포포-포스트 아트그룹의 멤버로 활동 중인 람카만(林嘉文), 자신의 예술적 방향성을 "이슈 기반의 예술"이라 부르며 일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예술, 삶, 사회 간의 관계에 주목해온 루이스 웡(黃俊傑), 개인적인 경험을 소재로 불완전성, 느슨함 등의 감각을 시와 드로잉을 통해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마윅(馬域), 사적인 경험과 사회적 현상이 서로 연결되며 발생하는 정동과 정체성을 작업의 중심에 두는 아론 람(林國鑫), 콜렉티브 활동을 통해 우애의 감각이 생산된다고 믿으며, 홍콩에 대한 역사적, 지리적 탐구를 통해 지리정치적 경계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청윙샨(鍾詠珊)이 참여하여 홍콩 도시문화의 환상과 그림자 양면에 멤버들 각자가 유머러스하게 접근한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pppostartists

사진 : 양승욱

Photo : Seungwook Yang


미학관 美學館 Philosopher's 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