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관 美學館 MIHAKGWAN Philosopher's Stone

향하는 귀, 흐르는 걸음, 벌어진 사고

2024.10.17.-10.27.


사운드 합성|신원정, 안민옥, 이두호, 임희주

생각 합성|최선주

그림 합성|들토끼들
설치 합성|박재형

도움 합성|오다움


주최주관|다이애나밴드

협력|미학관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몸은 바깥과 안이 나눠지는 최전선이지만 수많은 구멍이 나 있습니다. 그중 ‘귀’라는 구멍을 들여다봅시다. 귀는 우리의 의지로 완벽하게 닫을 수 없는 구멍입니다. 그래서 그 구멍으로 많은 것 — 새의 소리, 리드미컬한 음악, 누군가의 목소리, 핸드폰의 알림음 등 — 이 흘러 들어옵니다. 일단 귀로 들어오면, 단순히 물리적 진동이라고 할 수 없게 됩니다. 듣는다는 것은 본능적이지만 문화적이고, 독립적이지만 집단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향하는 귀, 흐르는 걸음, 벌어진 사고》는 함께 걷고, 들으며 우리의 귀로 흘러 들어오는 세계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가 바꾸는 우리의 상태 그리고 그 변화를 만드는 듣기의 태도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가만히 들리는 소리가 내 몸을 통과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부터 귀를 쫑긋 세워 들어오는 소리를 하나하나 포획하는 딥리스닝까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말이죠.

이곳, 미학관에는 흐르는 소리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공중에서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 입김 같은 소리, 휭휭거리는 바람이 연결한 소리, 전자 장치의 소리, 이미 납작해진 어제의 소리까지 모여, ‘경험하는 마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험하는 마음은 진동하는 파동에서 관계를 읽어내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경험하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듣기’가 가능해집니다. 우리는 당신이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당신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에 친절을 베풀어주기를 바랍니다. 창밖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