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큔쵸메는 혼마 에리와 나부치로 구성된 일본의 아티스트 콜렉티브로, 2009년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큔쵸메는 성차별, 자연재해, 국가기관의 감시와 정보 불평등 등 일본 사회 안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러한 주제 의식을 매체와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유머러스하고 시적인 방식으로 표현해 왔다. 특히 〈피난 지시 구역에 타임캡슐을 묻으러 가다〉(避難指示区域にタイムカプセルを埋めに行く, 2011)나 〈매미 허물 Crush!〉(空蝉Crush!, 2017)에서 볼 수 있듯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큔쵸메의 작품 활동에 중요한 기점이 되었는데, 이는 이 사건이 재난 이후 드러난 국가권력의 무능과 사회적 트라우마에 어떻게 저항하고 기억할 것인지에 대하여 큔쵸메에게 화두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큔쵸메는 일본 사회 속 사회적 소수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 안에서 발견되는 오늘날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그것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하여 꾸준히 다루어왔다. 두 종류의 도넛을 통해 오키나와 미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오키나와현민들을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엮어내는 영상작품 〈완벽한 도넛 만들기〉(完璧なドーナツをつくる, 2017-2018),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지 않아 ‘성별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트랜스젠더들과 만난 뒤, 그들에게 자신의 새 이름을 목청껏 부르게 하는 영상작품 〈목소리가 사그라질 때까지〉(声枯れるまで, 2019) 그리고 검은 먹으로 쓴 자신의 옛 이름 위로 새 이름을 붉은 먹으로 쓰는 모습을 담은 영상작품 〈나는 세-지〉(私は世治, 2019) 등이 주변부 사람들과의 교류의 결과를 담아낸 작품들이다. 이러한 큔쵸메의 예술적 실천은 특정 장르나 매체에 한정되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는 사람들의 행위, 특히 먹거나 소리를 지르는 원시적인 행위나 일상적인 행위가 재료로서 그리고 소재로써 사용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통신 일체가 먹통이 된 상황을 경험한 뒤 멀리 떨어진 사람들끼리 소통하기 위해 늑대처럼 우는 법을 배워보자는 우스꽝스러운 발상으로 시작된 영상작품 〈멀고 먼 세계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遠い世界を呼んでいるようだ, 2013), 작품 이미지 등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빨래한 뒤, 빨래 널기 좋은 날에 세탁물을 야외에 널어 일시적인 전시 장소를 조성하는 설치작품 〈빨래미술관〉(洗濯物美術館, 2022-2023)은 행위 또는 그 행위의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인 예시이다. 자신들의 예술적 실천이 마치 산에서 홀로 수행하기와 마을에서 사람들의 이야기 듣기를 반복하는 승려들의 활동을 닮았다고 말하는 큔쵸메는 이처럼 한 사회의 주변부적 존재를 기록하거나 그들과 함께 어떤 행위를 하고 그 결과를 유쾌하게 또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큔쵸메는 개인전으로는 《영혼의 색은 파랑》(魂の色は青, 2023, 쿠로베시미술관, 토야마), 《다시 한번 태양 아래서 태어나고 싶다》(もう一度 太陽の下でうまれたい, 오카모토타로기념관, 도쿄), 단체전으로는 《롯폰기 크로싱 2022: 오가고 오가는》(六本木クロッシング2022展:往来オーライ!, 모리미술관, 도쿄) 등 다수가 있으며, 제17회 오카모토현대예술상(岡本太郎現代芸術賞)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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